《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by Binaural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스티브 잡스》, 민음사, 2011.

  스티브 잡스. 그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이었을까? 내 생각에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따른 사람으로 보인다. 소위 '인간성'면에서, 밖에서 착한 척하고 집에 와서 화를 내는 부류의 사람들 보다는 집 밖이든 집 안이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고, 슬프면 우는 스티브 잡스 쪽이 훨씬 낫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는 회사에서도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다반사였고 억울함에 북받치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어린아이 같다. 울적함이 과하여 감정이 메말라버리는 것보다는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한 상태이며 영혼이 맑은 상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향의 스티브 잡스가 만든 회사는 어떠했을까. 그는 직원들이 개발중인 아이디어나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형편 없군. 쓰레기야."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직원들도 스티브 잡스의 생각에 대해 으르렁거리면서 대놓고 반박하는 것이 가능했다. 지위나 체면, 관례, 예절,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 죄책감, '상처 받지 않았을까'와 같은 생각들,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비난과 평판은 뒤로 밀려나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 외의 쓸데 없는 데에 신경을 쓰지 않게 한다. 쓸데 없는 것에 신경쓰느라 자기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한다. 오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부수적인 것들을 제거하고 집중을 해야 할 것에 집중케 한다. 
  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학의 졸업생들에게 연설을 한다. 이 연설문에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만약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오늘 하려고 하는 일을 하고 싶을까?' 만약 '노'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곧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내 인생 최대의 결정들을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거의 모든 것들, 모든 외부의 기대, 모든 자부심, 모든 두려움, 실패의 두려움, 이런 것들은 죽음과의 대면에서 사라져버린다.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서 말이다.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뭔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덫에서 탈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여러분은 이미 잃을 것이 없다. 따라서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따르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그것을 낭비하지 말라. (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

  그가 사람의 심리를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를 보자. 그는 직원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이 스스로 위대한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애플은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고 여러분은 인류의 역사와 삶을 더 발전시키는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라는 식이다. 또한 그는 '당신은 이만큼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지금 해 놓은 것은 고작 이정도 밖에 안 되냐'는 식의 폭언과 멸시와 다그침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는 불가능하다고 믿는 일들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 또한 스컬리와의 관계에서 그가 스컬리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부분을 보면, 그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 내고 이해하고 이를 자신이 원하는 데로 움직일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 부분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감적으로 느꼈다. 철저하게 이 직감을 따라서 제품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그런데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제품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던 것이 이것이었음을 깨닫는다. 때문에 그는 시장 조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제품을 통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당신이 원하던 것은 바로 이겁니다." 그는 제품의 포장 디자인에도 관여했다. 새로운 상품을 사서 개봉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최고의 느낌으로 채워주고 주고 싶어서다. 자기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해를 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업을 하든, 창작활동을 하든, '인간에 대한 이해'는 성공의 열쇠다.  

  스티브 잡스에게서 무엇보다도 신기한 점은 그의 통찰력과 직관이다. 마치 신기(神氣)가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직감적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느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게 될지를 느꼈다.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그 흐름을 탔다. 자유롭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관념이나 이념, 신념의 노예가 되지 않고 세상을 자신의 통찰력으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는 스스로를 룰을 만드는 사람이지 이미 만들어진 룰에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이미 만들어진 문맥에 갇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남다른 직관과 통찰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말도 매우 잘 하고 글도 매우 잘 썼다. 그의 글을 읽으면 신선한 영감을 받는다. 간결하고 선명하면서도 느낌이 풍부하다. 

 그는 참 인간적이다. '인간성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복잡하고 미묘하고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하는 그런 사람같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어떤 사람을 알면 알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의 모습은 참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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