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by Binaural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e) 지음, 박병철 옮김, 《멀티 유니버스(The Hidden Reality》, 김영사, 2012. 


  갑자기 우주론에 관한 책이 읽고 싶어져서 집어들었다. 책이 두껍다. 

  전반적인 내용은, 기존의 천체물리학 이론을 비교적 알기 쉽게 설명 한 후 이것이 다중우주로 귀결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저자는 다중우주로의 귀결이 자연스럽고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책을 인내심을 가지고 다 읽어 본 독자로서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기존의 물리학에서 다중우주로 넘어가는 연결고리가 빈약하다. 비약도 있는 것 같고, 그다지 자연스럽지도 않으며 필연적이라는 느낌은 더더욱 들지 않았다. 저자는 처음부터 다중우주가 전제한다는 결론을 세워놓고 논의를 끼워 맞추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책 읽기가 그리 유쾌하지도 않고 거북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저자가 독자를 설득하는 데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다중우주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또다른 우주가 하나 또는 여럿 존재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이 가능성을 뒷받침하게에 그다지 치밀하지 못하다. 

  그래도 9장에서 설명한 홀로그램 우주 부분은 상당히 흥미가 있다. 그리고 다중우주에 관한 주장으로 넘어가기 전까지의, 기존의 물리학과 천문학 이론을 설명들은 나쁘지 않다.

  8장, "양자적 관측의 다중세계"에서는 재미있는 예가 나와서 잠시 공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다. 이야기는 양자역학에서 시작된다.양자역학에서는 전자 등의 양자가 특정한 위치에 놓일 확률이 파동처럼 분포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확률파동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양자의 위치를 실험을 통해 관측하려고 하면, 확률파동이 붕괴되면서 특정 위치로 확정되어 버린다(옳게 설명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코펜하겐 해석은 인간의 관측 행위가 개입되면 양자의 확률파동이 붕괴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휴 에버렛 3세는 가능한 모든 확률파동의 위치가 모두 각기 다른 현실 속에서 실현된다고 가정하면, 인간의 관측행위에 의해 확률파동이 붕괴된다는 식의 예외적이고 모호한 설명이 필요치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사위를 던져서 2가 나올 확률은 1/6이다. 에버렛의 주장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1부터 6까지의 결과가 모두 다른 현실, 서로 다른 우주에서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1/6이라는 확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주사위를 10번 던져서 모두 1이 나왔다고 해보자. (1/6)^10의 기막힌 우연이 실현된 것이지만 놀랄 것은 없다. (1/6)^10가지의 현실은 반드시 모두 존재하므로 당신은 그런 현실 중 하나에 살고 있는 것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확률이 관측자의 경험적 차원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에버렛의 주장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의 재미있는 예를 든다. 잭스터 행성의 외계인들이 지구에 침범했다. 그들은 잠자리에 들려는 당신에게 제안을 한다. "당신이 잠든 직후, 당신과 똑같은 복제인간을 100만 1명을 만들고 지구와 똑같은 행성 100만개를 만들 것이다. 100만명의 당신은 100만개의 똑같은 지구에서 원하는 것은 다 이루며 살 수 있게 해주겠다, 다만 한 명의 당신만 잭스터 행성으로 끌고 가서 생체실험을 하겠다"고 말이다. 단, 외계인들이 만들어 낸 복제 인간과 복제 지구는 모두 다 진정한 '현실'이다. 원본과 복사본의 구별 없이 모두가 진짜인 것이다. 외계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1개의 현실에서 갈라져 나온 100만 1개의 현실이 새로 창조되는 것이다. 당신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치자. 그렇다면 확률은 이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복제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잭스터 행성으로 끌려갈 확률을 따지는 것이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어쨌거나 당신들 중 한 명은 끌려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제가 완료된 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모든 복제인간들은 스스로 당신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사실이다. 모두가 당신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독립된 인격체이기도 하다. 100만 1명의 당신들은 자신이 잭스터 우주선에 탑승할 확률을 물어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100만 1명 중 단 한 사람만이 끌려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될 확률은 매우 작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이 모두 깨어나면 100만 명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환호성을 지를 것이고, 한 명은 죽음의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불확실한 것도 없고 우연도 없으며 확률적인 것도 없지만(주사위를 던지지도 않았고, 룰렛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래도 확률은 개입된다. 100만 1명의 복제인간들은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즉,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확률을 떠울리게 되는 것이다.(366~367쪽)

 당신은 양자역학의 법칙을 이용하여 모든 가능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으며, 어떤 결과가 나오건 당신의 복사본 중 한 명에 의해 반드시 목격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여기에 우연이나 확률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일단 실험을 수행하면 잭스터 시나리오처럼 확률이 개입되기 시작한다. 당신의 복사본들은 지각이 있는 존재로서, 실험이 끝났을 때 자신이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자신이 어떤 우주에 존재하게 될지) 생각할 능력이 있다. 실험자의 주관적인 경험을 통해 확률이 개입된다."(367쪽)

  
  당신이 외계인들의 우주선에서 눈을 떴다면, 외계인들이 말한 확률은 이때부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외계인들의 말이 사실이어서 100만명의 당신이 각기 다른 우주에서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면, 당신은 그 사실에 만족해하면서 기꺼이 희생을 감수해야겠다고 생각할까? 아닐 것이다. 당신은 각기 다른 우주의 당신과 소통할 수가 없고 그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기에 그들은 당신의 삶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신에게는 당신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올 위험이 중요할 뿐이다. 당신이 외계인에게 끌려가고 있는 이상, 100만 명의 다른 나가 행복을 누리는 상황과 외계인들은 처음부터 복제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다 거짓말이었던 상황은 크게 구분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 쥐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쥐가 처다본다고 저 자리에 없던 달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양자역학에 다중우주 개념을 도입하면 무엇인가 다른 뉘앙스가 느껴진다. 그것은 확률파동이 존재하는 이유에 관한 뉘앙스다. 이제 양자의 확률파동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 우주를 초월했다. 이제 확률파동은 우리 우주 너머에 얼마만큼의 다양하고 많은 우주가 존재하는가를 말한다. 실험자는 이 확률을 직접 확인하거나 체험하지는 못해도 의식적으로 이 확률과 같은 양상으로 다중우주가 존재함을 인식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확률은 지금 이 우주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의의가 있는가?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확률이자 확률이면서도 현실인 확률이다. 미묘하고 많은 생각을 불러 일으킨다. 자연스럽게 양자역학과 다중우주론의 앞날에 관심이 가게 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