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고생고생해서 읽은 책이다. 다 읽는데 두 달이 넘게 걸린 것 같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어렵지만은 않은 책이다.
사회학자로서 저자가 발휘하는 날카로움은 읽는 이를 긴장하게 한다. 저자의 칼날은 매우 예리하다. 모처럼 만난 이 예리함은 나름 즐거운 경험을 제공했다. 저자가 쓴 하나하나의 글들은 또한 매우 치밀하다. 이와 같은 높은 완성도 또한 독서의 수고를 아깝지 않게 해주었다.
저자의 글은 비평문 같다. 사회학 서적으로서 사회현상에 대한 비평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글쓰기 방식이 예술 작품에 대한 비평과 매우 닯아 있다. 이러한 성격은 몇 가지 점에서 나를 불편하게 했다. (이 불편함은 꼭 부정적인 것만은 분명 아니었다.)
먼저, 사회학 서적임임에도 글의 성격은 매우 시각적이고 이미지적이다. 이 책은 마치 시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마음에 어떠한 이미지, 혹은 심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묘사나 수사가 많다. 저자는 학문적인 글과 문학적인 글의 경계를 해체해버린 것 같이, 매우 자유롭게 사회학적인 개념들을 이미지화하여 제시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방식의 설명이 기존의 관념들 간의 관계에 의한 설명보다도 더 효과적으로 이해를 돕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는, 첫 번째 특징과 연관된 것으로, 문장이 길다. 상당히 화려한 문체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짧고 명쾌한 문장을 좋아하는 이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겠다.
셋째로, 현재 사회의 상태에 대한 진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마치 한 예술 작품의 의의와 의도, 표현 방식에 대한 비평문처럼, 현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의 징후'를 드러내고 진단하고 그 의미를 분석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마지막 장인 '행복의 예술, 그 희미한 메시아적 힘'을 이에 대한 대안으로 염두에 두고 배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의 징후의 원인에 대해서는 "포스트 진정성 시대"라거나 'IMF 이후의 한국 사회'라는 식으로 통념을 활용할 뿐 더욱 세밀한 분석은 생략하고 있다. 그러한 분석은 구조주의적이라거나 다른 분과, 특히 정치경제학에 속한 것이라는 이유에서, 저자의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분히 저자의 관심은 문화적인 것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넷째로, 전문용어(?)의 사용이 많다. 내가 전공자가 아니어서인지 모르는 어휘가 많았다. 파토스, 에토스, 키치, 알레고리, 카르마 등등, 모르는 단어들이 나오면 그냥 꺼림직해하면서 넘어가거나 컴퓨터를 키고 찾아보면서 읽었다. 예술 평론가들이 고매한 작품을 비평하면서 알듯 말듯한 단어들을 사용할 때 드는 거부감 같은 것이 약간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 나는 쉬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제 9장「 문화적 모더니티의 역사시학」이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니체를 만나게 되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제 14장「행복의 예술, 그 희미한 메시아적 힘」에서는 "단지 약간"의 의미를 통해 현실과 행복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이 "단지 약간"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 "단지 약간"이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관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약간"은 다른 사람의 감각기관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는 좀더 세밀한 감각기관의 역치값이기도 하며, 저자의 통찰력이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한 그 곳에서 학자가 지녀야 할 성실성과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사서 기꺼이 다시 읽을 예정이다. 저자의 달변 속에서 그냥 스쳐지나거나 놓쳐 버린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어볼 생각이다. 저자는 달변가다. 정확히 표현하면 문장가다. 이 정도로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엇이든지, 어떤 생각이든지 표현해 내지 못할게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긴장하게 된다.
at 2012/03/11 12:34





